1. 조조에게 패한 여포는 목숨을 구걸하고, 조조 옆에있던 유비에게도
도움을 요청하지만 유비는 오히려 여포를 죽일것을 권한다.
2.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석연치 않은 것은 유비가 그를 구해 주지 않
은 점이다.
여포와 유비 사이를 냉정히 살피면 그들은 의(義)에 있어서도 불의에
있어서도 주고받음이 비슷하다.
여포가 유비의 은덕을 배신하고 서주를 빼앗은 것에 못지않게 유비도
때로는 거의 파격적인 여포의 호의를 저버리고 그를 파멸시키는 데 가
담했기 때문이다.
더구나 마지막 서주성에서는 여포가 호의로 살려준 미축과 유비의 가족
이 진규와 합세하여 여포의 발 밑에 함정을 판 셈이었다.
3. 부드러움과 너그러움과 의의 사람으로 불리어지는 유비에게는 조조
에게 여포를 죽이도록 충동한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옛사람들이 오히려 유비를 두둔하고 있는 것은 아마
도 여포의 반복무쌍 함과 포리부동 때문이리라.
하지만 어떤 때는 음험하다고 느껴질 만큼 깊은 유비의 심지를 감안할 때
반드시 그것이 천하 사람과 함께하는 공분(公憤)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.
4. 어쩌면 유비가 두려웠던 것은 여포의 사람됨니 아니라 조조의 사람됨
일 수도 있었다.
다시말해, 여포가 살아나 조조를 배신하고 자립(自立)함으로써 지신의 앞
길을 가로막는 게 두려운 일이 아니라 끝내 조조의 치밀한 손아귀를 벗어
나지 못함으로써 그 용맹으로 조조의 무서운 어금니나 발톱 노릇을 하는
게 두려웠는지도 모를 일이었다.
유비가 조조의 사람됨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를 허로로 돌아간 뒤위 행
동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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