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. 유비는 여포에게 패하여 어느 민가에서 하룻밤 머물고, 그 집주인 유
안은 유비를 위해 자신의 아내를 죽여 이리고기라 하여 대접한다.
2. 보통 아내를 삶아 바친 유안의 일은 옛사람의 과장이거나 속임수로 이
해된다.
다시 말해 대수롭지 않은 음식물을 유비에게 바친 걸 극로로 미화(美化)
한 것이거나. 아니면 원래 미워하던 아내를 유지 핑계로 살해한 것이라고
추축되고 있다.
3.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과장이나 속임수가 아니라도 그런 일
은 얼마든지 가능하며, 지금에조차도 행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.
사람이 대의(大義)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이 아끼는 것일수
록 더 귀하게 여겨진다.
그런데 그 시절의 대의는 그것이 충(忠)의 일종이건, 아니면 단순히 어
떤 위대한 인강에 대한 흠모이건, 어쨌든 한 사람을 섬기면 그를 위해 모
든걸 바치는 것이었다.
거기다가 아내란 가축이나 소유물처럼 여기지고 또 식인(食人)의 예(例)
조차 그리 희귀하지 않던 전란의 시대였던 만큼 그런 일이 반드시 없으
리라 단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.
4. 오늘날과 어떤 의미에서는 마찬가지다. 대의의 내용은 달라졌지만, 자
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 아내나 자식들을 죽음보다 고통스런 처지
에 빠뜨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. 가까운 예를 들어, 자유 또는 평등의
대의에 몸 바친 사람의 경우에도 적의 손에 떨러진 그의 처자가 겪어야
할 고통은 종종 순간적으로 죽음 뒤에 그 시체의 허벅지살 몇 근이 도려
진 유안의 아내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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